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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詩〕벚꽃 - 김병연


발행일 2020.03.30  
성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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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신문] 봄이 왔다.
나무들이 마른 가지에 물을 올리고 있다.

인간에게 꽃이란 기쁨을 전달하는 귀중한 존재다.
꽃은 주면 줄수록 받으면 받을수록 기쁘다.
그래서 인간은 꽃과 함께 산다.

산수유나 개나리 같은 봄의 전령들이 여럿 있지만
여러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꽃은 벚꽃이 최고다.

벚꽃은 서양에서는 봄과 순결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한다.
하아얀 벚꽃이 팝콘 터지듯 몽실몽실해지면
세월은 말 그대로 설렘의 봄이 된다.

벚꽃은 봄을 닮았나 보다.
화려하지만 찰나에 피어나고 머물다 낙화한다.
짧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짧기에 더욱 사랑받고 아름다운 꽃이 벚꽃이다.

벚꽃은 대부분
개화한 지 일주일 내에 만개하고
만개에서 낙화까지 일주일도 안 걸린다.

거친 고목나무에 여린 잎은 송송 피어난다.
어디서 그 굳센 힘이 나오는 걸까?
바람에 제 몸을 사르는 장엄함이 벚꽃 잎에는 있다.

벚꽃은
온몸으로 뜨겁게 살다가 미련 없이 꽃잎을 떨군다.
꿈결처럼 하루아침에 화알짝 피었다가
4월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바람에 흩날리면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너나없이 넋을 잃고 빠져들게 된다.

짧아서 더욱 강렬한 몇 가지가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기약 없는 이별이 그렇고
인생의 끝에서 만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 그렇고
길 위를 나란히 달리다가 제 갈 길을 찾아
우회전하며 사라지는 자동차의 뒷모습이 그렇다.

화무십일홍, 아무리 어여쁜 꽃도 열흘 이상 가지 못하는데
우리네 인생을 그 짧은 벚꽃의 생애에 비할 수 있겠는가?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리라.

꽃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봄에 서 있다 지나간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벚꽃처럼 아주 환하게
또 청춘남녀의 사랑처럼 애틋하게 피어난다.

이 화사한 봄, 벚꽃의 낙화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사람들이여!
인생의 가을이 가기 전에
벚꽃 내음을 맡으며 맘껏 낭만을 즐겨보자.


<기고 - 김병연(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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